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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연세대학교 문일 교수 기고] 수소, 재앙인가? 축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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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 연세대학교 화공생명공학과 교수] 

 

최근 수소탱크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로 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고 고인에게 애도를 표한다.

그동안 수소사고가 있었지만 국내에서 이렇게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것은 처음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수소사고는 1937년 독일을 출발하여 미국에 착륙을 시도하다 수소가 폭발한 '힌덴부르크호 대참사'이다.

이 사고로 인해 36명이 사망했다.

2년 동안 총 65회 비행하고, 당시 초장거리였던 대서양 횡단 비행을 35회 기록할 정도로 잘 운영됐던 비행선이 원인을 알 수 없는(고의적이었다는 설도 있다) 사고로 많은 희생자를 낸 것이다.


수소는 인류의 차세대 에너지 매체로 매우 중요한 물질이다.

전기는 대용량으로 장기간 저장할 수 없어 수소라는 대안이 나왔다.

인류는 주된 에너지원으로 나무, 석탄, 석유 순으로 발전시켜 사용했으나 모두 탄화수소를 발생시켜 지구온난화와 미세먼지로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떠오르는 물질이 수소이다.

지구 어디에서든 수소를 얻어낼 수 있으므로 태양, 바람, 조력 등을 이용하여 수소를 생산하고 여기서 전기와 열을 공급하면 깨끗한 지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은 경제성과 안전성의 문제가 해소되지 않아 수소사회로 가기가 어려운 실정이지만 현재의 대기오염을 줄일 수 있는 근본적이고 유일한 대책이므로 언젠가는 탄화수소 대신 수소를 사용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수소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수소 생산, 저장, 유통, 활용의 모든 단계에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실증사업이 한창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연구와 실증에 편중하기보다는 안전의식도 함께 함양되고 수소안전제도가 잘 정비되어야 밝은 미래가 올 수 있다.


요즈음 영화, 뉴스 등 많은 매체를 통해 차량 폭발 사고 장면을 자주 접할 수 있다.

통계적으로 교통사고로 인한 작년 우리나라 사망자 수가 3680명이고 1991년에는 1만3429명에 달했다.

엄청나게 많은 사망자가 매일 발생하고 있지만 우리는 이에 둔감한 현실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문명의 이기를 사용하기 위한 대가로 우리나라 사업장에서도 매년 1000명 정도가 사고로 인해 사망하고 있다.

그러나 2000년 이후 수소사고로 인한 사상자는 이번 강릉 사고를 포함해 사망 12명, 부상 39명으로 일반 화학물질보다 통계적으로는 안전한 편이다.


수소는 미래 에너지로서 연구가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 더 많이 사용하게 될 것이며 이에 따른 사고 역시 자주 발생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수소안전에 대한 제도와 의식수준을 다시 점검해야 하는 시기이다.

산업현장뿐만 아니라 연구소도 예외 없이 일반 화학공장 수준으로 안전제도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수소는 어떻게 다루는가에 따라 다른 물질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안전할 수도 있다.

자동차 연료로 사용되는 휘발유, 경유, LPG보다 가벼워 밀폐된 공간이 아닐 경우 사고가 나더라도 아래로 가라앉아 쌓이지 않고 공기 중으로 날아가므로 화재가 발생할 확률이 매우 낮다.

따라서 환기시설만 잘 갖춰도 수소로 인한 화재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일반적으로 '수소'라 하면 수소폭탄을 먼저 떠올려 매우 위험한 물질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에게 공포감을 주는 '수소폭탄'은 삼중수소를 사용하고 작은 핵폭탄이 방아쇠 역할을 하여 수천 도의 온도와 압력이 가해져야 폭발한다.

일반 수소저장탱크에 있는 수소는 수소폭탄의 수소와는 안전 측면에서 크게 달라서 단순한 수소폭탄의 이미지만으로 과도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이번 사고로 인해 수소 사용을 억제해서는 안 된다.

이번 사고를 교훈 삼아 수소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게 제도를 강화하여 안전하고 쾌적한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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